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영하 북클럽 1월의 책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으면서 읽기 시작한 책. ‘뭐 또 미국식 역경을 극복한 성공전기야’ 싶어 억지로 진도를 빼고 있었는데, 후반부를 넘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는 스탠포드대의 초대 총장이었던 David Starr Jordan의 일생을 쫓는다. 우생학(eugenics)을 추종했던 그의 말년의 이야기에 이르러, 그가 ‘부적합자’라고 ‘분류’한 사람들에게 1960-1970에도 강제 시행되었던 불임 수술에 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어떤 면에서 Jordan에 의하면 부적합자로 분류되었을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흔히 진화와 진보는 혼동된다. 생물은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변이를 일으킬 뿐이다. 우월의 사다리는 없다. 인간이 기생충이나 까마귀 보다 우월한 종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물고기라는 ‘종’은 존재 하지 않는다. 무지로 인한 분류일 뿐. 그것은 산에 사는 동물들을 뭉뚱그려 ‘산동물’ 따위로 분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다.
올 일월에 읽은 책 중 베스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으며 계속 멤돌던, ‘그래서 선천적 장애인들을 낳고, 그래도 존중하고 같이 살아가야할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에, 인본이나 호혜나 선의에 기대지 않는 대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짜릿했다.